🏛️ #3. 그럼에도 고국의 봄은 아름다웠다.

2022. 3. 10.

2022. 03. 11(금)

<한국의 미> / KBS 역사스페셜(2021.11.02)

KBS 역사스페셜 <한국의 미>는 한국의 대표 미술작품으로 평가받는 석굴암의 본존불상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방송에서는 석굴암이 지닌 아름다움에 대해 대표적인 특징인 인공 돔 형식부터 미술사학자, 종교학자, 건축학자, 디자인평론가 등의 인터뷰를 통해 소개해줍니다. 인공 돔에 대해서는 로마에서 시작하여 간다라를 거쳐 이어지는 건축양식의 전파로 보는 의견과 신라 독창적인 발명으로 보는 의견으로 아직도 학계에서는 의견이 나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은 석굴암에 의미를 부여하고 동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전했습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제국주의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이 담겨 있었고요. 우선 일제는 불국사와 석굴암을 대표로 하는 통일신라의 예술을 조선예술의 '극성기(최전성기)'라 평가했습니다.

일제는 조선의 예술이 이 때를 기점으로 쇠락해갔다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므로 쇠퇴한 조선의 건축과 예술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일본이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였죠. 이 논리를 실현하기 위해 일제는 1909년 석굴암 복원을 기점으로 문화재 복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갔습니다.

문제는 제대로 안해서 아직도 문화재들이 온전하게 복원되지 못한게 많다는 점입니다. 석굴암만 해도 문화재 복원 차원이 아니라 토목공사의 관점으로 복원해서 이 때 사용한 콘크리트를 아직도 떼어내질 못하고 있죠. 그래서 사계절 내내 에어컨과 온풍기를 켜서 결로 현상을 겨우 막고 있습니다.

또한 이때 일본인들이 조선의 미술을 슬픔이 가득한 '비애의 미', '애상의 미'로 규정한 것을 학계에서 검증하여 제국주의적 관점이라 규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쉽게 말해 고양이 쥐 생각하는 마음에 불과할 뿐 학술적인 가치가 있는 개념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죠.

총 2부로 구성된 이 방송에서는 이 석굴암을 시작으로 그렇다면 한국의 미는 무엇인가? 한국의 미가 있기는 한가?에 대해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한국성, 한국적인 것을 논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긴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의식없이 한 것일텐데 지금의 관점으로 재단하는 것 같은 인위적인 시각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술사 공부를 계속 하면 할수록 분명 중국, 일본의 미술과는 다른 맛이란건 있기에 쉽게 답을 내리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견지하고 있지요.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이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웨이브에 가입해야 다시보기가 가능한 방송입니다. 그래도 방송의 내용이 미술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해주고 저처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재밌으실거에요.

“한국의 미를 쫓는 과정은 우리가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 -> https://www.wavve.com/player/vod?contentid=K01_PS-2021103033-01-000.1&onair=n&order=new&page=2&programid=

《박래현, 사색세계》 / 아트조선스페이스

1. ‘생동하다’, ‘피어나다’라는 주제로 1~2부에 나누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대적인 회고전 이후 선보이는 첫 전시다. 초기 대작부터 대표적인 추상 연작, 판화, 그리고 미공개 작품까지 8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 “동경을 떠나 열흘 만에 그립던 고국에 돌아왔다. 불만 불평 속에 살아온 우리 민족이 내 강산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흘렀다. 봄이 오면 한 번씩은 생각할 기회를 가져 버린다. … 수많은 장벽에 부닥치고 가혹한 시련 앞에 몸부림치며 이를 넘길 수 있는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생존의 권리.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주어지고 받아질 수 있는 조물주의 사랑이 누구의 무엇으로 그 균형을 잃었단 말인가. 시련이 사랑의 화신이라고 보고 달갑게 받는 것이 창조원칙에 거역 없이 사는 인간의 참된 모습인가. 봄이라는 뽀얀 계절은 때때로 나를 이런 부질없는 사색세계에 몰아 버린다.”(박래현, 「봄이면 생각나는 일, 삶과 마주 섰던 계절」中)

3. 1959년 4월, 화가 박래현은 경복궁미술관에서 열린 '제3회 현대작가초대미술전'에 출품하면서 자신의 에세이 「봄이면 생각나는 일, 삶과 마주 섰던 계절」을 조선일보에 기고했다.

4. 에세이를 통해 박래현은 지난 몇 년간 봄을 상기하며 식민국가의 운명 속에서 마음의 어두운 흔적과 불안한 감정을 더듬어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의 봄은 아름다웠다고 회상했다.

5. 박래현은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동양회화의 확장을 위해 고군분투했다. 추상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연구하며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쉼없이 연구했다.

6.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아이의 어머니라는 여성의 굴레 안에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역할과 전통적 관념을 뛰어 넘고자 숫한 봄을 치열하게 견뎌냈다. 치열한 과정 끝에 박래현은 누구의 아내, 어머니가 아닌 한국 근대화단의 대표 여성화가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7. 동양화의 확장을 모색하며 새로움을 갈구하던 박래현의 작업 생애를 시기별로 세심히 짚어 보는 전시 《박래현, 사색세계(Park Rehyun – Rumination)》가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8. 전시 타이틀 ‘사색세계’는 박래현이 1959년 4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에세이 ‘봄이면 생각나는 일, 삶과 마주 섰던 계절’ 말미의 한 구절에서 빌려온 것이다.

9. 1부 ‘생동하다(Vibrant with Life)’에서는 작업 초창기에 속하는 채색화와 드로잉 등을 위주로 선보인다. 박래현의 대표적인 여성인물화이자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총독상을 수상한 <단장>(1943),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상하는 화풍의 대한미협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1956) 등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10. 2부 ‘피어나다(In Bloom)’에서는 판화, 태피스트리, 콜라주 등 작가의 실험적 면모를 볼 수 있는 대표작을 볼 수 있다. 동양화의 기법 확장을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기억>(1970~1973), <희열의 상징>(1970~1973) 등 판화 작업이 대거 공개될 예정이다.

11.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국현에서 봤던 작품들을 다시 보게 돼 너무나 놀랍다”라며 이번 전시를 두 팔 벌려 반겼다.

12. 국제 미술계에서 동양화가 어떻게 호흡하고 뿌리를 뻗어 나갈지, 동양화의 현대화를 어떻게 실현할지 그 실마리를 동시대 미술 속에서 찾고자 한 박래현의 화업을 이번 전시에서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원문 → http://ar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3/04/2022030401981.html

전시 정보

장소 : 아트조선스페이스(광화문역)
기간 : (1부) 2022.03.04(금)-03.26(토) / (2부) 2022.04.08(금)-04.23(토)
문의 : 02-736-7833

최병훈 작가의 예술론

작년에 KIAF에서 <한국, 회화적 공예>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전시기획을 한 것은 아니고 KIAF부터 중국 상하이 웨스트번드 아트&디자인 페어까지 참가하는 프로젝트의 총괄 진행을 맡아서 했던 것인데요. 이 전시에 ‘아트 퍼니처’라는 장르로 유명한 최병훈 작가의 작품도 함께 했었죠.

전시 준비에 필요한 글을 작성하기 위해 최병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여 여러 자료를 검색했는데 꽤 인상깊었던 인터뷰 영상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작가의 예술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가구가 실내공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큼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용시간은 짧다. 그렇다면 그 공간에서 비어있는 시간에도 그것이 오브제로서, 아트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2. 좋은 디자인이란 기능을 넘어 감성적으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즉 감성적으로 풍부해질 수 있는 디자인이다.

3. 시각적으로 불안해보이는 디자인도 있지만 실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디자인은 구조적으로 완벽해서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4. 이것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사용자는 불안과 안정 사이에서 디자이너와 간접적인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물에 대한 사고가 깊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5. 어떠한 사물을, 어떠한 유적을 본 당신은 이제 이것을 보기 전의 당신이 아니다. 이러한 미적 경험을 축적시켜 나가야 한다. 언젠가는 이렇게 축적된 미적 감성, 경험이 나의 조형세계로 표현되어 나온다.

6.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예술 교육이 필요하다. 또 다른 장르를 통해서 나의 세계를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도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Sl6SIkh4mo8

[Trend] SNS를 떠나 다시 블로그로

1. 블로그가 MZ세대 사이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개방형 SNS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연결성이 느슨한 블로그를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2. 블로그는 주위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느낀 그대로를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날 그 날 드는 생각들을 기록하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3. 『2021 블로그 리포트』(네이버)에 따르면 2021년에 새롭게 생성된 블로그는 약 200만 개이며, 블로그 콘텐츠 수는 전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3억 개를 기록했다.

4.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전체 네이버 블로거의 약 70%가 MZ세대라는 것이다. 특히 10대와 20대 사용자는 전체의 44%에 달했다.

5. 『Z세대의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 트렌드』(대학내일20대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25세의 31.2%가 일주일에 1회 이상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타그램 피드 게시 비율(24.4%)보다 높은 수치였다.

6. 기존의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좋아요’로 대표되는 상호작용성의 특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대인관계, 사회생활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진다. 오프라인의 인간관계가 온라인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피로가 심화된다.

7. 자신의 일상과 관심사를 진실되고 담백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블로그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다.

8. SNS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정보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SNS로부터 느끼는 피로감에 대한 반발 심리로 비교적 피로감이 덜한, 또 정보 중심의 대안적 공간을 찾으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 앞으로도 SNS의 대안 공간을 찾으려는 이용자들의 탐색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문 →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3498&fbclid=IwAR3T77QZrpEzXPeiuabJF6tWRtcxS-j_Qq3u-H0wfNBuxgHsdO_kb-77PiE

Feel Good Friday

마음이 허할 때는 이상하게 만년필로 뭐라도 적는 습관이 있습니다. 만년필을 평소에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큰데 힘을 줘서 쓰는 버릇 때문에 잘 안되더라구요. 손에 힘을 빼고 올바른 그립으로 쥐어야 만년필을 쓸 수가 있는데 아직은 조금 어색합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공허하여 뭐라도 적고 싶은 밤이면 만년필을 다시금 꺼냅니다.

이 라미 만년필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예전에 선물해준 것인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펜촉이 막혀 있었습니다. 미지근한 물에 담궈서 여러 번 세척을 하고 새 잉크로 갈아끼웠습니다.

라미 만년필 말고도 여러 브랜드의 것들을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 저같은 초보 필기자에겐 라미 만년필이 가장 적당한 것 같습니다. 손가락 거치하는 곳도 정자세로 쥐게 도와주고 가벼워서 쓰기 편하거든요. 무엇보다 라미 만년필이 가장 좋은 것은 특유의 사각거리는 소리 때문입니다. 마치 연필로 쓰는 듯한 소리가 나서 쓰는 맛을 더욱 좋게 해줍니다.

노트는 라미 만년필이 두껍기 때문에 잉크를 잘 견뎌주는 재질이 좋습니다. 종이질이 극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몰스킨은 절대 안됩니다. 사진에 있는 리갈 패드(Legal Pad)가 궁합이 가장 좋습니다. 적당한 마찰력으로 사각거리는 소리도 잘 나게 해주고, 번짐도 없으며, 무엇보다 싼 가격이라 막 쓰기에 좋죠.

저는 그래서 논문 아이디어 구상할 때는 언제나 리갈 패드에 적고 나중에 정리를 합니다. 디지털로 점철된 일상에서 의도적으로 아날로그를 찾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데 꽤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명실상부한(?) 봄날인 3월의 둘째 주말, 편히 쉬시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