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러시아 아방가르드 : 예술적 관습과의 결별

2022. 3. 24.

2022. 03. 25(금)

⟪러시아 아방가르드: 혁명의 예술⟫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은 1910년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서유럽으로 영향을 끼친 미술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서유럽에서 발생한 미술을 한 템포 늦게 받아들이거나, 러시아의 독창적인 미술이 주를 이루었다.

2.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역시 서유럽의 입체주의, 미래주의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이후 새롭고 독창적인 것으로 발전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다.

3.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핵심은 유희적이고 예술지상적인 미술이 아닌 생산과 노동, 그리고 기계에 대한 예찬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향유하기보다는 혁명 미술답게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광선주의, 절대주의, 구성주의, 구축주의 미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4.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은 급진성과 혁명의 이념이 맞물리며 한동안 국가적인 비호를 받았고 미술가들의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 새로운 사회주의 국가건설에 일조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5. 그러나 1924년 레닌이 사망하고 스탈린이 집권한 이후에는 철저하게 금지되었다. 이들의 미술이 너무 급진적이어서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스탈린 지배 체제에서는 반동으로 보였던 것이다.

6.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노동자를 영웅시하고, 그들의 일상 자체가 혁명이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차지하였다. 이 사실주의 양식은 독재 체제를 찬양하고, 독재자를 우상화하는 미술로 변질되었다.

7. 이번 전시는 아방가르드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반 러시아 미술가들의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는 전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8. 전시 패널에서 사진으로 볼 수 있는 블라디미르 타틀린의 <제3인터내셔널 기념탑>은 러시아 혁명, 공산주의 이념을 상징한다. 러시아 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계획한 탑으로 모형탑만 만들고 실제 제작되진 못했지만 그 의도는 아주 거창했다. 계획상 높이가 무려 396m였다(참고로 파리 에펠탑은 330미터다).

9. 소비에트 연방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강철로 뼈대를 세운 이 탑은 꼭대기의 원통이 매일 돌아가며 레닌주의 이념을 선전 방송으로 틀 계획이었다. 계획은 아주 야심찼지만 1921년 러시아에 대기근이 닥치면서 실제 공사는 미뤄졌고 결국 제작되지 못했다. 사진 속 7m 정도 크기의 저 탑은 1920년 제8차 소비에트 의회 전람회에 소개한 모형이다.

10. 전시실 중간에 있는 3섹션에서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시 미술가들이 어떤 사회 분위기 속에서 미술을 제작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1. "혁명기에 제작된 러시아 아방가르드 영화를 규정하는 키워드는 '예술적 관습과의 결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것은 '기괴함', '그로테스크', '트릭', '낯설게 하기', '시공간의 카니발화', '몽타주' 등의 키워드로 규정됩니다."(섹션 패널 中)

12.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반 러시아 미술사의 여러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전시이다. 특별히 주제를 좁혀서 아방가르드한 미술만을 조명한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근대미술 전시라 여기고 보면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문 및 사진 → https://artntip.com/exhibition/670

전시 정보

- 장소 : 세종문화회관 미술관(광화문역)
- 기간 : 2021.12.31-2022.04.17
- 홈페이지 : https://www.sejongpac.or.kr/portal/performance/exhibit/view.do?performIdx=32687&menuNo=200005&sdate=2022-03-24&edate=2022-04-24&searchSort=2&pageIndex=1

2022 ⟪화랑미술제⟫ 개최, 국내 미술시장 동향 느낄 수 있어

1. 지난 3월 16일(수)부터 20일(일)까지 개최했던 2022년 《화랑미술제》 총 판매액이 약 17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세운 기존 최고 기록인 72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2. 관람객 수는 약 5만3000명으로, 역시 기존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해 4만8000명보다 5000명 정도 많았다.

3. 매년 첫 번째로 시작되는 아트페어인만큼, 《화랑미술제》는 국내 미술시장의 한 해 분위기를 판가름하고, 시장 흐름을 전망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4. 《화랑미술제》는 1979년 ‘한국화랑협회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어 올해로 40주년이 되었다.

5. 올해 《화랑미술제》에는 143개의 한국화랑협회(KIAF와 주최처가 같다) 소속 회원화랑이 참여했다. 800여 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약 4,0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공개되었다.

6. 주요 출품작으로 1세대 행위미술가인 이건용, ‘숯의 화가’라고 불리며 최근까지도 해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가진 이배를 비롯해 대중적으로도 인지도가 높은 이강소,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작가들의 작품을 꼽을 수 있다. 이외에 알렉스 카츠(Alex Katz),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 무라카미 다카시(Takashi Murakami)의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출품되었다.

7. 이번 《화랑미술제》의 특징으로 국내 중견 작가의 작품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이 비슷한 비율로 출품된 것을 들 수 있다.

8. 9월 2일에 코엑스에서 《KIAF》와 함께 개최하는 해외 유명 아트페어인 《프리즈》를 대비하는 갤러리들의 출품 경향을 엿볼 수 있었다. 갤러리들은 전속 작가 위주로 작품을 선정하되, 해외 컬렉터들을 대비하는 갤러리별 전략들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9. 어느 갤러리 관계자는 “컬렉터가 작품에 관심을 가질 때, 좋은 작가를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화로 통용될 수 있는 작품인지도 함께 고민할 필요를 느낀다”고 하였다.

10. 《화랑미술제》는 국내 미술시장의 큰 흐름을 판단해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지만, 신인 발굴과 블루칩 작가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11. 이번에는 송은미술대상전과 SeMA 신진미술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던 작가들의 작품도 볼 수 있어 페어의 재미를 더했다.

12.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아트페어에서 소형 작품들이 빠르게 판매되었다는 점이다.

13.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컨퍼런스에서 MZ세대 컬렉터, 20대 후반 40대 초반 신흥 컬렉터의 특성으로 소형 작품과 아트토이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컬렉팅을 시작하는 점을 짚은 바 있다.

14. “신진컬렉터들은 지금까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경향의 작품을 선호하고,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구입하는 방식으로 작가를 후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15. 《화랑미술제》는 취지에 맞게 신인작가 발굴 육성을 위해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도 개최하고 있다.

16. 올해는 특별전 이후 현장·온라인 투표를 통해 1,2,3위에게는 상장과 상금이 수여될 예정이다. 또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ZOOM-IN》특별전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 비평 프로그램도 운영되었다.

원문 →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956

News

1. NFT와 미디어아트에 지친 이들을 위해

원문 → https://heypop.kr/n/26689/

2. 고분벽화부터 근현대 걸작까지…한국 채색화의 흐름 한눈에

원문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2032071751

3. ‘사서 고생하는’ 김소영 책발전소 대표

원문 →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149

<창덕궁> ©문화재청

Feel Good Friday

봄 나들이를 계획 중이신 분들께 궁궐 관람을 추천합니다. 서울에 계신 분들은 접할 기회가 많아서인지 특별히 궁궐 관람을 목적으로 외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더라구요. 저는 산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봄이 되면 그래도 약간의 의무감을 갖고 궁궐에 가곤 합니다. 물론 궁궐 산책보다는 그 후에 따뜻한 봄날 밤에 가지는 술자리가 주 목적이지만요. ㅎㅎ

생각보다 특별한 여유를 느낄 수 있으니 궁궐 관람도 한 번 고려해보세요. 특히 창덕궁과 덕수궁을 추천합니다. 창덕궁에 갔다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덕수궁에 갔다가 북창동 먹자골목도 함께 말이죠.

1. 봄꽃 사진 명소 중 하나로 유명한 창덕궁 낙선재
- 기간 : 2022.03.29(화)-04.06(수) * 월요일은 휴궁
- 오늘!! 03.25(금) 14시부터 11번가에서 예약 시작
- 예약 : https://ticket.11st.co.kr/Product/Detail?id=266207&prdNo=4255459975

2. 살구꽃 향기가 나는 덕수궁
- 기간 : 1년 내내 * 월요일은 휴궁
- 홈페이지 : http://www.deoksugung.go.kr/c/visitor/1

Essay

지하철에 멍하니 서있는데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옷소매에 하라는 공익광고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에는 더 자주 보게 되었죠. 처음에는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미술사 수업을 진행할 때 20대 수강생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기침을 했던 모습이 기억났습니다. 그래서 20대 지인에게 물어봤습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하면 되는데 왜 불편하게 굳이 팔에다 하는거에요? 침 묻으면 또 닦아야 하니까?”

“글쎄요. 그냥 어릴 때 이렇게 하라고 배워서 습관됐나봐요. ㅎㅎ”

이 대답을 듣고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어릴 때 손으로 가리고 하라고 배웠거든요.

문득 나는 그저 별 생각없이 어릴 때 배운대로 손으로 가리고 기침을 했을 뿐인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이 꽤 싫어했겠구나, 아니면 에티켓을 모르는 아저씨로 봤겠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본 어르신들의 에티켓과 거리가 먼 행동을 보며 ‘저렇게 앉아있으면 옆사람 불쾌할텐데 그걸 모르시나.’ 등의 생각을 했던게 어쩌면 그 연세의 어르신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해는 상대적인 것이니까요.

워낙 눈길끄는 행동을 꺼려해서 나름 조심하고 조용조용하게 다니는 편인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에티켓도 시대별로 업데이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팔을 번쩍 들어서 기침하는건 여전히 어색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