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에서 <지선씨네마인드>라는 프로그램을 접하고 꾸준히 즐겨보고 있습니다. SBS에서 매주 금요일 밤에 하는 프로그램인데 <그것이 알고싶다>의 외전 성격입니다. 원래는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에서 담당 PD와 박지선 범죄심리학 교수가 영화를 소재로 한 영상이었다가 반응이 좋아서인지 9월부터 공중파 프로그램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범죄심리학자의 관점으로 본 영화 해석입니다. 아무래도 주로 범죄, 스릴러 영화가 주요 소재로 사용되지만 <위플래쉬>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처럼 범죄와 전혀 관련없는 영화도 있습니다. 범죄, 스릴러 영화의 경우는 특히 <양들의 침묵>처럼 웰메이드 영화일수록 범죄심리학자만이 볼 수 있는 디테일을 알 수 있어 또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양들의 침묵>에서 시신 감식하는 장면에서 감식관들의 옷차림, 태도를 통해 저 인물은 직접 감식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식 경험이 없는 행정직일 것이다와 같은 얘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건 소소한 예이고, 주로 주인공들의 심리, 영화 속 장면을 깊이 있게 분석해줘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줍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위플래쉬>였는데 이 영화는 본래 ‘예술은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와 ’예술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에 대한 감독의 고민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지휘자로 나오는 인물이 워낙 괴팍하고 극단적인 언행의 소유자로 묘사되긴 했지만 대체로 이 고민 속에서 영화가 소비되어 왔죠. 결국 음악 영화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박지선 범죄심리학 교수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범죄의 영역으로 이를 끌고와서 색다른 해석을 소개해줍니다. 괴팍한 지휘자가 본격적으로 주인공을 가르치기 전에 잘 챙겨주는 교수처럼 “아버지는 뭐하시냐”, “어머니는 뭐하시냐” 등을 묻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박지선 교수는 “내가 이 사람한테 해를 끼쳤을 때 내가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지 미리 캐는 거다”라며 심리적 지배대상을 물색하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박지선 교수는 이를 설명하며 <부산 엄궁동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몰린 두 사람이 21년동안 수감되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습니다. 두 분이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경찰의 증거 조작과 고문에 의한 자백 강요가 밝혀진 사건입니다. 이 분들이 당시에 조사를 받을 때 경찰 조사관이 이 분들에게 “혹시 집안에 공무원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해를 끼쳐도 되는 사람들인지 아닌지를 우선 파악한 거죠.
<지선씨네마인드>는 영화 하나를 두고 다른 관점과 해석을 볼 수 있어 매번 감탄하면서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영화에 대한 해석은 영화평론가들의 영역이었는데 전혀 관련없는 분야의 전문가의 관점이 영화를 더욱 즐겁게 해줘서 좋았습니다. 예전에 말씀드렸던 잡지 준비에도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미술작품을 둘러싼 다른 분야 전문가들의 해석을 담는 잡지를 말이죠. 머릿속에서 이게 과연 실현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늘 있었는데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지선씨네마인드>는 프로그램 성격상 잘 만든 영화들을 소재로 삼아야하기에 대부분 과거에 봤던 영화들이지만 이렇게 보니 새로 보는 느낌도 나서 좋습니다. 강추입니다. 그리고 <지선씨네마인드>라는 중의적인 제목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네요. ‘(박)지선 (교수의) 씨네 마인드’도 되고, ‘지선씨네 마인드’도 되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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