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새해 첫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지난 12월 마지막 주에 인사드리고 오랜만이네요.

저는 지난 3주간 정리도 좀 하고 쉬면서 계획을 세우며 보냈습니다. 아트앤팁닷컴도 리뉴얼했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머리가 복잡할 때는 멍하니 웹사이트를 이렇게, 저렇게 만지작거리는 게 제 휴식의 루틴이 된 것 같습니다. 웹 개발이나 디자인도 못하면서 말이죠. ㅎㅎ

이번 주에는 이제 뉴스레터 글을 써야겠다고 나름 각을 잡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조금 삐걱거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작 2주 쉬었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스스로 조금 한심하다 여겼습니다. 작년에 한창 뉴스레터를 쓸 때는 반나절이면 뚝딱 쓰고 그랬거든요. 글도 습관이라는 말이 맞긴 한가 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 몇 가지 의견을 여쭸는데 감사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더라구요.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지 많은 참고와 힘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덕분에 글을 계속 쓰는 근육을 키울 수 있어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보내주신 여러 의견을 보면서 단순한 소식 전달보다는 미술사, 전시와 관련하여 제가 해석하고, 관점을 소개하는 데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식은 뉴스를 전하는 ‘뉴스레터’이지만 내용은 미술사, 전시 등과 관련된 사적인 편지랄까요? 물론 시의성이 중요한 전시 소식도 챙겨야 하겠지만요.

그래서 앞으로는 중요한 소식이 있을 때는 소식을, 때로는 미술사 에세이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틀을 갖췄으면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편지쓰듯이 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래는 글 내용에 공을 더 들이기 위해 격주로 발행할까, 유료 구독 웹사이트에 발행하는 글을 요약할까 등등 고민이 많았는데 너무 계획적으로 하면 길게 못갈 것 같더라구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그냥 편지를 계속 쓰고 싶었어요!! ㅎㅎ

한 주는 제가 즐겼던 미술사, 전시와 관련된 콘텐츠 및 소식(때로는 영화와 음악도)을 전해드렸다면, 그 다음 주는 나름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미술사 에세이를 보내드리는 식으로 유연하게 하겠습니다. 이 에세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안목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미술사 이론, 명품, 책 등을 소재로 삼을 예정입니다. 매거진 웹사이트에 쓴 글 중에서 한 편씩 선정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규모가 조금 더 커지면 다른 미술사학자들의 기고도 정기적으로 받고 그 분들의 특강도 가질 생각입니다.

저는 12월 연말 분위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1월 1일이 되면 꽤 큰 허무함을 느낍니다. 같은 겨울 풍경이어도 12월 풍경은 따스한데, 1월 풍경은 메말라 보이구요. 12월에는 일이 바빠도 송년회가 있어 마음이 따뜻하고 설레게 되는데 1월이 되면 정신차리고 열심히 일해야 될 것만 같은 부담도 있습니다. 그나마 이런 양 극단의 마음을 완충시켜 주는 것은 음력 설 연휴의 존재가 아닐까 싶습니다. 허무하게 1월이 되어 버려도 곧 다가올 설 연휴를 바라보며 조금씩 새해 적응에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연차를 내신 분도 계실테고, 아니면 오후 3시쯤 비공식적으로 먼저 퇴근하라며 직장에서 배려해주는 분도 계시겠죠. 아니면 정시 퇴근을 하거나 야근, 혹은 당직인 분도 계실 겁니다. 출근하셨더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일하는 척 PC에 문서 파일만 켜두시고 편히 계시다가 귀가하시면 좋겠습니다. ㅎㅎ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설 연휴 편히 쉬시구요.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p.s.

지난 12월 초에 일본 답사를 다녀온 후로 푹 쉬었는데 2월부터는 미술사 수업과 독서모임을 재개합니다. 함께 하실 분들은 아래 일정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 서양미술사 기초스터디(4주 / 오프라인) : 2월 1일(수) ~ 2월 22일(수) / 19:00-21:00

2. 한국 근대회화 스터디(4주 / 온라인) : 2월 5일(일) ~ 2월 26일(일) / 21:00-23:00

3. 북클럽(『예술의 역사』) : 2월 1일(수) ~ 2월 28일(화)

4. 넷플연가 <황홀한 미술 취향의 발견>(4회) : 3월 1일(수) 19:30-22:30 시작

1.

《뉴스타일, 이응노》 / 이응노미술관

1. 이응노미술관에서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하여 ‘뉴 스타일’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이응노의 1960-70년대 작품 전시가 개최되었다.

2.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새롭게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었지만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던 파리화단에서는 추상회화의 일종인 앵포르멜(Informel)이 유행하고 있었다.

3. 이응노는 1958년 프랑스로 건너 간 이후 앵포르멜 미술을 적극 수용하였고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완성하는 데 성공한 화가다.

4. 그는 1960년 이후 문자가 연상되는 추상 작품을 제작했는데, 콜라주에서 시작하여 문자를 활용한 추상 작품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다.

5. 1970년대에는 기존의 문자 추상에서 문자의 형태가 더 명료하게 드러나게끔 구성하는 등 추상회화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다. 고대 비석처럼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화려한 일러스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응노의 이 시기 작품들은 회화뿐만 아니라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추상미술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6. 이번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제 1전시실에서는 이응노의 아카이브 자료와 1960~1970년대 큰 전환점을 맞이한 고암의 새로운 작품 경향을 살펴볼 수 있다.

7. 제 2전시실에서는 1960년대 초기 추상 작품을 통해 본래 문인화가였던 그가 ‘뉴 스타일’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유럽 추상회화를 적극 수용한 면을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제 3, 4전시실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동할 당시 제작한 여러 조각 작품과 동백림 사건에 휘말려 투옥된 상태에서 제작한 옥중화를 전시했다.

* 전시 웹사이트
* 전시 해설 영상

2.

수천 년 견디는 '로마인 건축 노하우', 마침내 비밀 밝혀져

3.

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

중국 근현대 화가 제백석(1864-1957)은 "닮음과 닮지 않음의 사이(似與不似之間)"에 있는 그림이 가장 귀하다고 했다. 제백석은 그림이 대상을 너무 닮지 않으면 “세상을 속이는 일”이 되고, 너무 닮으면 “세상에 아부하는 일”이라 말했다.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어야 좋은 작품으로 여긴 것이다. 대상과 꼭 닮은 그림은 그저 신기하고 감탄만을 불러올 뿐 그 이상의 감동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반대로 무엇을 그렸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면 실력이 없거나 낙서에 가깝다.

이 같은 생각은 제백석의 독창적인 이론이라 하긴 어렵고 고전 회화에서 늘 중요한 기준이 되어온 것이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어려운 하이퍼 리얼리즘이나 감정을 담은 추상회화가 하나의 미술 장르로 발전한 현대에는 꼭 들어맞는 이론이 아니게 되었지만 당시의 관점에서는 최상의 회화기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풍경이나 인물을 그릴 때는 지금도 이 기준을 적용시킬 수 있다.

중국화론을 보면 닮은 듯 안닮은 듯한 경지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수많은 서화가들이 하나같이 강조했지만 정작 어떻게 그릴 수 있는 지에 대한 방법론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나마 공통점을 뽑아보면 개성을 표현할 것, 개성 표현을 위해 학문과 생각의 깊이를 발전시킬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눈으로 본 그대로를 그리는 게 아니라 심상(心像)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만큼 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어쩌면 그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중요한 것은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