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쓸쓸하고 찬란한 창덕궁의 벽화들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드러내지 않는 美, 한국적으로 해석한 단색화 55점”
이 문장은 지난 2월에 열렸던 학고재의 <의금상경> 전시를 소개하는 기사의 제목입니다. 단색화는 굳이 덧붙여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유명한 한국 현대미술의 한 양식입니다. 단색화를 세계 미술계에 프로모션하려는 여러 갤러리들의 의도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한국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도 함께 듭니다.
워낙 한류, K팝, K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다 보니 옛날이었으면 ‘한국’적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숨겼을 일도 이제는 거꾸로 ‘한국’ 브랜드를 앞세우고 있죠. 그만큼 실체와 개념이 모호하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한국성, 한국적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존재가 있기는 한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 때 프랑스인들은 자신들의 미술을 두고 ‘프랑스성’이 있다고 하지 않듯이 미술을 설명할 때 ‘한국성’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거의 같은 생각이기는 한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한국적인 느낌이라는 게 어쩌면 있을 수도 있겠다고 느껴져 살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같은 수묵 산수화를 놓고 봐도 중국의 산수화는 확실히 수윤한 것(기름지다)이 많은 반면, 우리나라 산수화는 담백한 맛이 있거든요. 백자 역시 중국의 백자는 “나 완전 새하얗잖아. 그치?”라고 외치는 것 같고, 조선의 백자는 그윽한 느낌이 납니다. 흰 색도 스펙트럼이 넓어 조선 초기에 유행한 설백색(눈처럼 투명한 빛깔의 흰 색)과 조선 후기에 유행한 유백색(우윳빛깔의 흰 색)처럼 여러 갈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색이어도 색감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은 한국회화의 특징 중 하나로 ‘담박소쇄(淡泊瀟灑)’를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맑고 시원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그러하죠. 높은 정신성의 표출을 기반으로 기름기없는 조형미를 일컬을 때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어쨌든 ‘한국성’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명 우리나라 미술만의 개성 혹은 특징은 구분이 가능하다 보니 이 고민은 두고두고 가져가야 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국성’이라는, 실체를 잡기 힘든 개념으로 근거없이 미술의 특징을 설명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위의 기사 제목에서 “한국적으로 해석한 단색화”라는 것 역시 애매모호하죠. 단색화의 어떤 부분이 한국적이라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정작 전시 제목으로 한 ‘의금상경’은 중국 고사에서 따온 말이라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술을 설명할 때 추상적인 개념으로 해야할 때도 물론 있지만, 가능하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 근거를 댈 수 있는 노력은 필요합니다. 손 쉽게 ‘한국성’이라는 아주 거대한 그릇에 다 넣어 버리면 조선후기 풍속화도 한국적이고, 21세기 단색화도 한국적이 되는 건데 그렇다면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게 현재 미술계에 가장 필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벌써 봄의 첫 주말입니다.
이번 주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말 편히 쉬시구요.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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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총석정 절경도>, 1920, 195.5x882.5, 비단에 채색, 창덕궁 희정당 동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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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금강산 만물초 승경도>, 1920, 195.5x882.9, 비단에 채색, 창덕궁 희정당 서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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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호, <백학도>, 1920, 비단에 채색, 214.0×578.0, 창덕궁 대조전 서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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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영, 이용우, <봉황도>, 1920, 비단에 채색, 214.0×578.0, 창덕궁 대조전 동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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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삼선관파도>, 1920, 비단에 채색, 194.9×524.5, 창덕궁 경훈각 서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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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현, <조일선관도>, 1920, 비단에 채색, 194.9×524.5, 창덕궁 경훈각 동쪽 벽, 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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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6점의 벽화는 모두 창덕궁의 세 전각(희정당, 대조전, 경훈각) 내부의 상인방에 설치되어있던 작품들입니다. 1920년에 순종 황제의 주문으로 조선 말기와 근대 초반을 대표하는 김규진과 그의 제자뻘이자 근현대 동양화단을 대표하는 김은호, 오일영, 이용우, 이상범, 노수현이 제작했습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전통 채색화, 그것도 아주 치밀하고 화려한 궁중회화의 전통에 맞춰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1922년에는 조선총독부가 주관하는 조선미술전람회가 창설됩니다. 널리 알려졌듯이 조선미술전람회는 철저하게 일본의 관점과 그들이 추구하는 미적 가치에 부합하는 작품이 요구되었습니다. 저렇게 조선의 궁중회화를 완벽하게 구사했던 화가들은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각자 자신의 개성을 찾아 화업을 완성하게 됩니다. 누군가는 훗날 왜색이 강하다고 비판 받을 정도로 일본화풍의 그림을 그렸고, 누군가는 일본이 요구했던 비문명화된 향토적인 느낌의 풍경으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죠.
이런 전개를 알고 있어서일까요? 저는 창덕궁의 저 벽화들을 볼 때마다 드라마 <도깨비>의 부제가 떠오릅니다.
“쓸쓸하고 찬란하神”
조선왕실의 회화로서 마치 앞으로의 운명을 예감하기라도 한듯 마지막으로 찬란한 빛을 보이고 바로 소멸되어 버린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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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조선백자 국보·보물 절반 한자리에 리움미술관이 2004년 개관 이래 처음으로 여는 도자기 기획전으로, 전시작에는 국보 10점과 보물 21점, 일본에 있는 백자 34점 등이 포함됐다. 국가지정문화재(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조선백자 59점 중 절반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청화백자부터 철화백자, 동화백자, 달항아리 등 순백자에 이르기까지 조선 500년 백자의 모든 종류와 왕실의 품격을 보여주는 최고급 도자기부터 지방 서민들이 생활 속에서 썼던 질박한 그릇까지 모두 아우른다.
[미국 LACMA] 미국에서 열린 한국의 근대미술 전시 이번 전시에는 역동적인 근대 한국 역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이 연대기 순으로 소개됐다. 조선시대 후기 황제의 초상을 담당했던 채용신의 ‘고종황제어진'부터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로 알려진 고희동의 ‘자화상'(1915),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자화상'(1928), 배운성의 ‘가족도'(1930~35), 백남순의 ‘낙원'(1936), 김환기의 ‘산월’(1958), 박수근의 ‘유동’(1964) 등 많은 걸작들이 전시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영국 내셔널갤러리 특별전 6월 개최 한국과 영국 수교(1883년)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로,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마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서양 미술 거장들의 명화 52점 전시될 예정이다.
유물 1점만 강조하는 전시 트렌드 한동안 박물관 상설 전시는 정해진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연대순으로 유물을 감상하는 게 공식이었다. 전시 가능한 유물을 최대한 꺼내 출토 상태 그대로 보여주는 기법이 각광받기도 했다. 이수미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예전엔 박물관이 역사 교육 현장이라는 인식이 컸다면 이제는 일상에 지친 이들을 치유하는 휴식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쉼과 여백의 미가 두드러지면서 단 한 점을 관객 마음에 전달하려는 시도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깨진 예술에 대한 애도 어느 외국인 관광객이 술에 취해 작품 위에 올라타려다 벌어진 일이었다. 거대한 소 조각은 옆으로 쓰러졌고 사람 형상은 크게 부러지고 깨졌다. 주최 측은 유감을 표하는 한편, 부서진 조각상을 그대로 전시하기로 결정했다.
황달성 화랑협회장 "키아프, 인도네시아 미술 시장 진출 추진" "키아프의 해외진출을 위해 현재 시장 탐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결정되진 않았지만 코엑스와 무역협회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키아프의 해외 진출을 모색 중"이라면서 "국가는 고민 중이지만 인도네시아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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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서울공예박물관 <공예 마스터클래스> #1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공예 마스터클래스(Master Class)'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 클래스는 <공예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을 주제로 한 미술사학자 방병선 교수님(고려대학교)의 강연입니다.
- 제1강 : 3월 10일(금) 14시~16시
- 절차탁마(切磋琢磨) “갈고 닦아 빛을 얻은 한국 도자, 어떻게 만들었나?”
- 제2강 : 3월 17일(금) 14시~16시
- 신호기의(神乎技矣) “신의 경지에 오른 세계의 도자, 어떻게 만들었나?”
- 제3강 : 3월 24일(금) 14시~16시
-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배워 새로움을 창조해 가는 한국 도자,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 장소 : 서울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
- 접수 : 2023. 03. 03 ~ 0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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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소 : 서울시 중구 삼일대로 343(대신파이낸스센터) 9층 129호(아트앤팁미디어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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