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아름다운 것은 진리에 가깝고 선하다.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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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3. 10(금)

#50. 아름다운 것은 진리에 가깝고 선하다.

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며칠 전 3.1절 기념식과 일본 강제동원에 관한 정부 발표를 보고 어지러운 마음에 박경리 선생님의 『일본산고』를 다시 꺼내 읽었습니다. 학술서가 아니기에 학술적인 근거를 제시한 책은 아니지만 그게 있어야만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박경리 선생님처럼 시대를 꿰뚫는 안목의 소유자라면, 위대한 문인이라면 분명 그의 눈에만 보이는 문화적 통찰력이 분명 있을테니까요.

선생님은 문학을 예로 들어 일본문화의 특징에 대해 해석했지만 이 내용을 일본미술에 적용시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습니다. 특히 ‘美의 관점(pp. 89-109)’에서 일본문학으로 본 일본성은 가장 가깝지만 잘 알지 못했던 일본문화의 특징에 대해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은연중에 드러나는 선생님의 문화론을 통해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문화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에 기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지상주의’, ‘예술을 위한 예술’을 기본값으로 하는 현대미술에 대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고민이 많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일본 문학에서 이같은 경향을 찾을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극단으로 발현된 경우에 대해 비판하셨습니다.

"진리는 아름답고 선하다 합니다. 아름다운 것은 진리이며 선하다, 선한 것은 진리이며 아름답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일본 문학의 탐미주의, 예술지상주의는 갇혀버린 사회에서 도피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선함도 진실함도 결여되어 있고 오히려 사디즘과 마조히즘이 농후합니다."(『일본산고』, p. 102)

학위 논문을 쓰던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 미술사학과 대학원에서 일본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 교수님들을 제외하곤 저 말고 두 명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 공부하신 분들까지 합하면 이보다는 많겠지만 우리 학계에서 활동하지 않기도 하고, 그 후에는 한국이나 중국미술사로 바꾼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시만 해도 교수님들 사이에서 일본미술사 연구자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이후 일본미술사를 전공한 사람들이 몇 명 정도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 연구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전공을 변경한 상태입니다(현대미술까지 더하면 조금 더 많긴 합니다). 그만큼 연구를 해봤자 수요도 없고, 정부 지원도 부족해 아주 특별한 사명감이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신기한 일이죠. 바로 옆에 있는 이웃 나라인데 그들에 대한 지식이 전분야에 걸쳐 너무 부족합니다.

영화 <대부>에서 나온 “친구는 가까이,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라는 말은 지금도 회자될 만큼 명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위험할수록 항상 지켜보며 그에 대해 잘 알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미죠. 그동안 일본에 대해 억지로 외면해오고 있던 건 아닐까, 그들이 내세우는 보기 좋은 것들만 수동적으로 수용해왔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깊어진 한 주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

《여지동락(與紙同樂)_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 / 호림박물관

1. 종이는 그 어떤 것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필요한 물건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흔하게 있고 사용한 후에는 쉽게 버려지기 때문에 그것의 존재와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기(利器) 중에서도 종이만큼 사람들의 삶과 문화에 영향을 준 물건도 없을 것이다.

2. <여지동락 – 종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은 옛 사람들이 종이와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는 전시이다. 그 시간은 종이가 기록을 위한 매체를 넘어 일상생활에 필요한 각종 공예품으로까지 확대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참여 작가>

- 한옥의 바닥재인 장판지와 병풍에서 영감을 받아 가변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낸 지니서
- 고서(古書)를 이용하여 기억과 역사를 담아낸 전광영, 올곧은 정신과 수신을 종이로 표출한 최병소 ・ 박서보
- 한지의 물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어 낸 이응노 ・ 권영우 ・ 정창섭

종이, 기록을 담다

3. 한지(韓紙)는 섬유질이 풍부한 닥나무로 만들어져 질기고 내구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한지의 뛰어난 품질은 종이를 발명한 중국에서도 명성이 높았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한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록물을 남겼다.

4. 기록은 필사(筆寫)와 목판(木板) 등 다양한 인쇄 방식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책으로 남겨졌다. 책에는 역사와 사상 등 다양한 정신문화가 기록되었고 후대에 전승되었다. 우수한 인쇄기술뿐만 아니라 우수한 재질의 한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5. 전광영(1944~)의 한지 작품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한지로 만든 한약 주머니에서 시작된 작품에는 그의 어린 시절과 마음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종이, 정신을 밝히다

6. 고려 때 발명된 금속활자는 조선에 와서 크게 발전하였다. 금속활자를 사용하는 인쇄기술의 발전은 성리학의 사상을 담은 다양한 서적의 출판을 가능하게 하였다. 조선을 움직인 유교 정신이 보급되고 정착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7. 양반 문인들의 생활공간에서 종이로 만든 문방구와 가구에는 근검함을 중요시한 유교 정신이 깃들어있다.화려함을 피하고 검소함을 지향하면서 실용적인 기능을 담았다.

8. 최병소(1943~)의 신문지 작품은 억압된 사회에서 제 역할을 잃은 신문의 폐단을 드러낸다. 그는 신문 기사를 까맣게 지워내는 반복된 행위를 통해서 올곧은 정신이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9. 박서보(1931~)에게 작업 행위는 곧 수신(修身)이다. 그는 캔버스 대신 전통적인 재료인 한지를 사용하여 오랜 시간에 걸친 수신의 깊이를 작품에 쌓아갔다.

종이, 생활 속에 스며들다

10. 우리 곁에 늘 함께 한 종이는 문서와 서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널리 사용하는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드는 데에도 쓰였다. 종이를 여러 장 붙이고, 종이를 꼬아 종이끈을 만든 후 엮거나, 종이를 찢어 물에 불려 풀과 섞으면 내구성이 좋아져 공예품의 재료로 손색이 없다.

11. 종이공예품은 사용자와 용도에 따라 지장(紙裝)・지승(紙繩)・지호(紙糊) 등 다양한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지장 공예품은 두꺼운 종이나 나무로 기본 형태를 만들고 안팎으로 한지를 여러 겹 발라 만든 것으로 각종 함과 상자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폐지를 사용한 지승・지호는 종이의 내구성을 보완하여 실용적인 공예품으로서 거듭났다.

12. 종이는 현대 작가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이다. 먹으로 선염한 화폭 위에 여러 종류의 종이를 붙이고 쌓아 올린 이응노(1904~1989), 한지를 찢고 뚫고 겹겹이 붙이는 권영우(1926~2013),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닥 반죽을 캔버스 위에 펼쳐 서서히 응고시키는 정창섭(1917~2011)의 작품은 한지 고유의 물성을 이해하고 작가 고유의 표현 기법을 통해 새로운 조형 세계를 만들어낸다. 종이의 수용과 변용은 진행형이다.

* 전시 웹사이트

천우선, 로에베재단 공예상 후보작

2023 로에베재단 공예상 파이널 30인 선정

로에베가 제 6회 ‘2023 로에베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 최종 후보자 3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선정된 30개의 최종 후보작은 2023년 5월 17일부터 6월 18일까지 뉴욕 노구치 미술관(The Noguchi Museum)의 이사무 노구치 스튜디오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많은 작품에서 사용된 트롱프 뢰이유(trompe l’oeil) 기법은 관람객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 원문 읽기

박생광과 박래현의 ‘위대한 만남’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 한국화 대가 내고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 2인전-위대한 만남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7일 개막한 전시는 '위대한 만남' 타이틀처럼 두 화가가 남긴 '위대한 걸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2. 박생광의 작품 181점과 박래현 작품 88점 등 총 269점이 걸렸다.

3.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 총독상 수상작인 '단장'과 김기창 화백과 함께 부부전에 출품됐던 '부엉이' 등 박래현의 88점 중 원화가 75점, 스케치 13점이 전시됐다. 특히 수간채색 기법을 활용한 특유의 번짐 효과는 시대를 넘어선 현대적 미감을 자아낸다. 196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참석을 계기로 중남미여행과 1973년까지 뉴욕에 체류하며 익힌 태피스트리(7점)나 판화(23점) 및 콜라주(2점)도 한 자리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

4. 박생광 작품 181점은 원화 71점, 스케치 100점, 기타(연하장·도자화·글씨) 10점을 공개했다. 채색화 중심의 작품을 십장생, 불교, 모속, 용과 범, 모란, 단청 등 소재별로 구분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박생광 작품은 크게 수련기(1950년대 후반기), 추상화 시기(1950년대 후반~1974년), 2차 일본시기(1974년~1977년), 한국적 미감의 전성기(1977년 이후) 등으로 구분된다.

5.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재조명한다는 취지와 함께 전문 필진이 두 화가를 미술사적으로 재조명한 도록도 발간했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을 역임한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가 박생광 작가와 작품을 분석했고, 송희경 이화여대 초빙교수가 박래현의 작품세계를 시대에 따라 깊이 있게 조명했다. 미술계 현장에서 전시기획자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승현 홍익대 외래교수와 한국문화산업연구소 황규성 대표가 각각 두 화백의 작품을 해석한 글도 담았다.

* 원문 읽기

Feel Good Friday

최근 들어 전시실이나 영화에서 이런 램프를 자주 접했습니다. 보고 되게 고풍스럽다, 뉴트로가 유행하면서 이런 소품들이 인기가 많나 보다며 지나쳤죠. 볼수록 워낙 이뻐서 저도 하나 살까 살짝 고민했습니다. 이곳 저곳에서 보게 되다 보니 사고 싶은 마음이 좀 떨어졌지만요. ㅎㅎ 꼭 책상이 아니어도 거실이나 신발장 위에 하나쯤 비치해두면 멋스럽긴 하겠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스탠드가 나온 건지 90년대 할리웃 영화에서도 보이더라구요. 원래 이름은 'Banker's Lamp'라고 합니다. 그 유래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우연히 이를 알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이 있어 소개합니다. 생각보다 역사가 기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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