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장훈입니다.

오래 전부터 무슨 일을 하건 적용하려 노력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광고계의 명언으로 "테니스공은 하나만 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Lee & DDB라는 광고계에서 꽤 유명한 대행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의 이용찬 대표가 하루는 광고주 앞에서 PT를 할 때 테니스공을 받아보라며 한 번에 여러 개를 던졌습니다. 당연히 모두 놓쳤습니다. 그러자 이용찬 대표는 광고 캠페인의 메시지는 하나여야 한다, 하나의 광고에 여러 메시지를 담으려 욕심을 부리면 소비자는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된다며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당시 광고계에서 널리 회자되며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습니다. 저 역시 광고계에 있을 때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일했지만 살다보니 모든 일과 공부에도 적용하면 좋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논문을 쓸 때도 하나의 메시지만 담으려 노력하고, 일을 할 때도 명확한 목적과 기대효과를 잊지 않으려 하고 있죠.

스피노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서 넓게 파기 시작했다.” 공부를 할 때 처음부터 좁게 파면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납득이 되는 말이긴 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저로서는 이를 실천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논문의 주제를 넓게 잡고 시작하면 시일이 끝도 없이 늘어지고, 넓은 주제에 맞는 자료들을 찾아다니느라 지쳤거든요.

그래서 저는 “어차피 하다보면 넓어지게 마련이니 처음에는 최대한 주제를 좁히자. 이것만 잘해도 다행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도 “이응노의 70년대 문자추상 화풍에 한글고체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추론 하나만 잡고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학회에서 요구하는 분량으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볼륨을 요구하는 학위 논문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되긴 합니다.

너무 당연한 말도 의식해서 상기하지 않으면 잊고 지나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몸이 지칠 때는 더욱 그러하죠. 혹시 할 일이 쌓이고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신다면 테니스공을 하나씩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다보면 결국 바구니에 테니스공을 모두 담아놓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밖에 나가기 긴장될 정도로 더운 요즘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하루 3만명에 근접했고 독감도 크게 유행중이라고 하네요. 모쪼록 건강 유의하시고, 주말에는 바람이 산들산들하게 부는 곳에서 편히 쉬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장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