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위로는 곧 인식이고, 인식이 곧 위로다.

202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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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07. 08(금)

위로는 곧 인식이고, 인식이 곧 위로다.

저의 직업은 좁게는 큐레이터, 강사이지만 넓게 보면 ‘해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잘 하기 위해 계속 공부를 하고 있고, 다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평론도 쓰고, 뉴스레터도 쓰고, 전시를 기획하고, 강의를 하는 것이죠. 그래서 ‘해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민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편적으로 납득받을 수 있는 해석을 할 수 있을까, 나만의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작품을 분석해서 글로 쓰는 게 너무 어려워서 해결책으로 내가 봤을 때 가장 좋아보이는 논문들의 문장을 따로 옮겨놓고 따라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잘 썼다고 생각한 선생님들의 미술사 논문 속에서 어떤 작품에 대해 분석을 한 문단들을 사례별(작품끼리 비교할 때, 미술사적인 의의를 얘기할 때, 정보를 전혀 알 수 없는 작품을 해석할 때 등)로 구분해서 에버노트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문장의 구조를 참고했습니다. 이렇게 계속 하니까 어떻게 써야 하는 지 어렴풋이 감이 오더라구요. 지금은 저만의 스타일이란게 어설프게나마 생긴 상태인데 계속 반복, 고착되는 것 같아 고민이 많습니다. 대신 계속 공부하다보면 저절로 풀릴 문제라 여기기 때문에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꾸준히만 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늘 품고 있어서 보일 때마다 관련 책 등 자료를 모으고 있는데 오늘은 가장 임팩트가 컸던 내용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 신형철 강연 中(마포구립서강도서관, 2018. 12. 08)

“어떤 작품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려면 그 작품이 그 누군가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로는 단지 뜨거운 인간애와 따뜻한 제스처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나를 위로할 수는 없다. 위로는 곧 인식이고 인식이 곧 위로다.”

📝 김영하, 문학작품의 존재 의미(알쓸신잡 시즌 1, 2017)

1. 문학이라는 것은 자기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보는 것이지 작가가 숨겨놓은 주제를 찾는 보물찾기가 아니다.

2. 작가는 그런 것을 숨겨놓지 않는다.

3. 독자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도록 그 과정을 통해서 자기 감정을 발견하고 타인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4. 다양한 감수성을 개발하는 데 문학작품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조각난 내용(시험문제로 나온 지문) 속에서 단순히 답을 찾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된다.

5. 이상적인 교육방식은 에세이를 쓰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6. 자기 감상을 논리적으로 말이 되게만 하면 된다.

7. 어떤 의미에서 문학작품은 우리 모두가 다 다르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존재하는 건지도 모른다.

▶ 유튜브 <알쓸신잡>

두 분 모두 유명하고, 존경받는 작가이기에 따로 설명을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작품 제작 보다는 이를 해석하는 사람이기에 아무래도 평론가인 신형철 선생님의 글과 논문을 많이 읽었습니다. 신형철 선생님의 글을 읽을 때면 처음 접했을 때도 그랬고 숱하게 읽고 또 읽은 지금도 감히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장벽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글의 전체 구조, 문장의 간결함과 정확성, 명료한 주제의식, 그리고 아름다운 세부 표현력까지 저 같이 평범한 사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좌절감마저 갖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책의 문장 구조를 뜯어보고, 문장 필사도 해보고, 강연도 찾아 다녀봤는데 여전히 어렵기만 할 따름입니다. 결국 어떤 강연이 끝나고 사인을 받으며 인사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인을 받으며 “저는 박물관 학예사고, 미술사 박사과정인데 비평문에 대해 몇 가지 여쭤보고 싶다”며 메일을 드려도 괜찮은지 여쭤봤습니다.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바로 집에 돌아와 질문을 쓰고 그동안 제가 썼던 논문들, 도록의 작품 해설 등을 모아서 부족한 점 등을 가르쳐주십사 보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음 같아선 조선대학교에 석사를 한 번 더 하러 들어갈까까지 잠시 고민도 했습니다. 선생님이 조선대학교 교수로 계시거든요.

지금은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문제이므로 그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사색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부지런히 하고 있습니다. 나의 글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중이랄까요. 언젠가는 냉혹한 평가를 받게 되겠지만 그래도 성실히 하면 평타는 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의 생각과 신념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것, 더 나아가 이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렵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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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부터는 뉴스레터가 유료 구독으로 바뀝니다.

이번 주로 뉴스레터가 20호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인데 챙겨서 읽어주시고, 종종 응원 및 소감을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한 주, 한 주 이번 주는 어떤 것을 소개해드릴까, 이걸 넣으면 다들 재밌어 하시겠다며 생각하는 재미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더하여 품이 많이 들텐데 유료로 하면 좋겠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하면 동력을 상실하지 않고 퀄리티 유지에 더 공을 들일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려서 유료 구독제를 고민해왔습니다. 그래서 유료 구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고 밝힌 바는 없지만 20호까지만 무료로 해야겠다며 마음 먹었죠. 꽤 시간이 남은 것 같았는데 벌써 20호를 보내드리는 날이 왔네요.

물론 지금 이 메일을 받으시는 구독자 여러분은 영원한 무료 구독자입니다. ㅎㅎ 길게는 2012년부터 아트앤팁닷컴 블로그 글을 구독해오신 분들도 계시고, 짧게는 제가 처음 이 뉴스레터를 시작할 때 구독하신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이게 무척 감사합니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굉장히 소중한 인연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뉴스레터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니 1호부터 이번 20호까지 <아트앤팁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받아 한 번이라도 열람해서 읽은 적이 있는 분들께서는 지금처럼 편하게 받아보시면 됩니다. 그렇게만 해주셔도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지금과 동일한 구성으로 나가되, 점차 미술사 논문 요약(저작권에 문제없는지 확인 중입니다) 등 더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뉴스레터가 잘 돼서 미술사(장르별), 미술시장, 문화 전반 등 분야별로 에디터를 채용해서 만들고 싶은 머언~ 욕심도 있습니다. ㅎㅎ 앞으로도 인간의 관점이 반영된 큐레이션은 AI가 절대 따라올 수 없고, 더 가치있다는 것을 믿고 저도 더 많이, 깊게 공부해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말 편히 쉬세요 :)

이장훈 드림